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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편장편 원문12

최서해 <홍염> 1927 - 원문 홍염 1 겨울은 이 가난한---백두산 서북편 서간도 한 귀퉁이에 있는 이 가난한 촌락 빼허[白河]에도 찾아들었다. 겨울이 찾아들면 조그만 강을 앞에 끼고 큰산을 등진 빼허는 쓸쓸히 눈 속에 묻히어서 차디찬 좁은 하늘을 치어다보게 된다. 눈보라는 북국의 특색이다. 빼허의 겨울에도 그러한 특색이 있다. 이것이 빼허의 생령들을 괴롭게 하는 것이다. 오늘도 눈보라가 친다. 북극의 얼음 세계나 거쳐오는 듯한 차디찬 바람이 우하고 몰려오는 때면 산봉우리와 엉성한 가지 끝에 쌓였던 눈들이 한꺼번에 휘날려서 이 좁은 산골은 뿌연 눈안개 속에 들게 된다. 어떤 때는 강골 바람에 빙판에 덮였던 눈이 산봉우리로 불리게 된다. 이렇게 교대적으로 산봉우리의 눈이 들로 내리고 빙판의 눈이 산봉우리로 올리달려서 서로 엇바뀌는 때면.. 2020. 6. 9.
박영희 <산양개(사냥개)> 1927 - 원문 소리내서 읽으면 더 의미 파악에 도움이 될겁니다. - 懷月 (박영희) 1. 밤이 깁허서 모든 것이 무거운 침묵에 잠겻슬 때에 별안간 정호의 집 넓은 사랑에서는 산양개 한 마리가 큰 소리로 지젓다. 고요하든 한울은 무거웁게 이개의 갈나진 목소리를 울리여 주면서 그 남어지 소리는 한울 끗 저편으로 그윽히 사라지게 한다. 별들은 깟딱업시 반작이고 잇다. 개는 또 지젓다. 어둔 밤에 잠자지 못하고 이다지도 목이 터지는 듯 하게 짓는 개의 소리는 이 넓은 집을 둘너 싼 침묵보다도 더 두려웁고 괴로운 울음소리 가탯다. 추은 바람이 널분 사랑 마당에서 먼지를 모라가지고 죽은 듯이 고요한 대청 속으로 물려 들어간다. 모든 것은 잔다. 그러나 바람뿐이 무슨 감초인 물건을 찾는 듯이 넓분 우주의 새새 틈틈으로 혹은 위염잇.. 2020. 5. 14.
주요섭 <살인> 1925 - 원문 **** 가급적 원문 그대로 싣겠습니다. 그리고 책에 첨부된 낱말 뜻은 저도 함께 써 놓겠습니다. 옛 말투가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에, 지금의 맞춤법과 다른 경우가 종종 보이겠지만, 문맥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 예시를 보세요 **** 태양은 꼿을 피여오르게 하되 구박과 무졍의와 학대는 얼골을 밉게 만드는 것이다. 꼿 → 꽃 / 무졍의 → 무정의 / 얼골→ 얼굴 이 정도는 알아보겠쥬?? 여러분이 정 못 알아볼 것 같은 단어는 괄호 안에 현대어를 써 둘게요. 뜻은 알아서 찾아보기! 자, 그럼 원문을 읽어보세요. 우뽀는 갈보이엿다.(갈보이 가 아니고, '갈보' 이엇다. 라고 하는겁니다. 갈보의 뜻은 잠시 설명하고 갈게요.) (먹보, 심술보 등의 표현은 쉽게 뜻이 이해되죠? '갈'이라는 것은 사람.. 2020. 5. 6.
나도향 <벙어리 삼룡이> 1925 - 원문 벙어리 삼룡이 원문은 챕터가 나눠져 있지 않지만, 읽는 분들 편의를 위해서 임의로 숫자를 매겨두었습니다. 1. 내가 열 살이 될락말락한 때이니까 지금으로부터 십 사오 년 전 일이다. 지금은 그 곳을 청엽정(靑葉町)이라 부르지만 그때는 연화봉(漣花峰)이라고 이름하였다. 즉 남대문(南大門)에서 바로 내다보면은 오정포(午正砲)가 놓여 있는 산등성이가 있으니 이쪽이 연화봉이요, 그 새에 있는 동네가 역시 연화봉이다. 지금은 그곳에 빈민굴(貧民窟)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지저분한 촌락이 생기고 노동자들밖에 살지 않는 곳이 되어 버렸으나, 그때에는 자기네만은 행세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집이라고는 십여 호밖에 있지 않았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과목밭을 하고, 또는 채소를 심거나 아니면 콩나물을 길러서 생활을 .. 2020. 4. 16.
전영택 <화수분> 1925 - 원문 ☆읽기 전 꿀팁☆ 1. 여러분! 참고로 이 이야기는 '액자식 소설'입니다. 갑자기 시점 바뀔 때 당황하지 말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따라가보세요. 짧지만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입니다. 2. 화수분이라는 단어는 실제 사전에도 있는 단어예요! 옛날 이야기에 등장하는 신기한 보물단지 이름인데요. 재물이 계속해서 나오는 보물단지 이름입니다. 그 안에 무언가를 넣으면 계속 새끼치듯이 또 생기고 또 생기고...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는 옛 설화 속 단지입니다. 만원을 넣으면 만원이 한 장 더 생겨있고. 두 장을 넣으면 네 장이 생기는.... 좋죠? ㅎㅎㅎ 화수분의 뜻을 알고 이 소설을 읽으면 더 느낌이 묘해집니다. 3. 워낙 짧으니, 소리내어 읽어보길 권합니다.*** 4. 읽어내려갈 때 '제'의 역할을 잘 구분하세.. 2020.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