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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편장편 원문

주요섭 <살인> 1925 - 원문

by 오디쌤 2020. 5. 6.

주요섭 작가

 

 

**** 가급적 원문 그대로 싣겠습니다. 그리고 책에 첨부된 낱말 뜻은 저도 함께 써 놓겠습니다. 옛 말투가 그대로 담겨있기 때문에, 지금의 맞춤법과 다른 경우가 종종 보이겠지만, 문맥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 예시를 보세요 ****

 

태양은 꼿을 피여오르게 하되 구박과 무졍의와 학대는 얼골을 밉게 만드는 것이다.

꼿 → 꽃  /  무졍의 → 무정의   /  얼골→ 얼굴

 

이 정도는 알아보겠쥬?? 여러분이 정 못 알아볼 것 같은 단어는 괄호 안에 현대어를 써 둘게요. 뜻은 알아서 찾아보기!

자, 그럼 원문을 읽어보세요.

 

 

 

우뽀는 갈보이엿다.(갈보이 가 아니고, '갈보' 이엇다. 라고 하는겁니다. 갈보의 뜻은 잠시 설명하고 갈게요.)

 

(먹보, 심술보 등의 표현은 쉽게 뜻이 이해되죠? '갈'이라는 것은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해충을 뜻하는 한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고려시대에는 '빈대'의 의미로 쓰였다고 해요. 그러다가 조선시대에는 몸을 파는 여자라는 뜻의 '창녀'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여기까지는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어원 500가지>라는 자료에서 참고한 내용인데요. 피를 빨아먹는 해충과 창녀의 공통점을 굳이 생각해볼게요. 지금은, 성매매 자체가 범죄이고, 성을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모두를 도덕적으로 비난하지요. 그러나 옛날에는 아마도 몸을 파는 사람이 주로 여자였고, 사는 사람보다는 파는 사람을 더 하대하는 생각이 깔려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남자들의 '기' 또는 성관계를 한 후 물질적인 보상을 받아가는 모습을 '피 빨아먹는 해충'처럼 비유해서 창녀를 '갈보'라고 부르게 된 것 같아요. 어떤 특징을 가진 사람을 비하할 떄 쓰이는 접미사 '-보'가 붙어서 '갈'벌레같은 것들. 이라는 느낌으로 갈보라고 부르게 된 것이지요. 쌤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 제제가 누나에게 "갈보"라고 할 때 '만나는 사람을 쉽게 '갈아'치워서 가벼워 보인다는 뜻으로 쓰는 말인줄 알았답니다. 뭐 뜻이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지만요. 자 그럼 다시 첫 문장부터 보시면 됩니다. 아래에 한 번 더 써주었으니. 천천히 읽어보세요. 옛날 발음이 그대로 실린 책이라 느린 호흡으로 읽어주셔야 합니다.)

 

 

 

 

1. 

우뽀는 갈보이엿다.

 

차티(착취)와 과도한 생식기 로동(갈보 뜻을 알고나니 알겠죠? 생식기 노동... 매우 노골적인 표현이네요.) 과 번민과 실업슨(실없는) 한숨이 소녀이든 그로 하여곰 삼년이 못 되여 삼십이 넘어 보이는 노파를 만드러주고 말엇다. 태양은 꼿을 피여오르게 하되 구박과 무졍의와 학대는 얼골을 밉게 만드는 것이다.

 

삼년 전 조선에 큰 긔근(기근)이 잇슬 때 열여섯 살이든(살이던) 우뽀는 열흘식 굴머서(굶어서) 사람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눈이 뒤집힌 애비어미에게 보리 서 말에 팔니여(팔려) 그때 긔근 구제 도로 건튝(건축) 공사 십쟝인 엇던 양고자에게 처음으로 뎐조를 깨뜨리엿다.  그때 그 어둑신한 널판 얼거리 좁은 방 안에서 그 쇠뭉치 갓고 노-란 털이 부르르 난 양고자 팔에 꽉꽉 안기든 그 두려움 그 붓그럼 또 그 엇던 알 수 업는 쾌미를 우뽀는 지금도 니져버릴 수가 업섯다.

 

그러고 그 훅훅하든 그놈의 입김에서 여호 가죽 내(냄새) 갓흔(같은) 노랑내가 숨을 콱콱 막히게 하든 것과 영문은 모르고도 좀 대항을 해보다가 그가 식컴언 륙혈포를 끄내 헛빵을 쏘면서 위협하든 것과 무서운 김에 씩소리(찍소리)도 못하고 바들바들 떨면서 그 즘생 갓흔 가슴에 부둥켜 안기던 것 그러고는 훅군훅군하는 뺨 어찔한 아래 아픈 허리 그러고는 긔졀(기절) 이런 것들이 어린 그의 첫 경험으로는 니져버리기에는 넘우나 강한 인상을 남기고 갓다. 거기서 그놈에게 련 사흘 밤을 고생을 하고 그러고는 뒷 동리에서 또 보리 서 말 주고 저보다 더 고운 처녀를 사 왓슴으로 그는 그만 쫏겨나고 말엇다. 

 

쫏겨는 낫스나 하여간 시언하다구 생각을 한 때 그 양고자의 심부름하든 로동자 하나이 양고자에게 쳥을 대서 그날 하로밤은 또다시 그 로동자와 갓치 자고 그런 후에는 집으로 도라가도 상관업다는 허가를 어덧다. 그날 밤에 그는 그 로동자에게 련 세 번을 거듭 치르지 안으면(않으면) 안이(아니) 되게 되엇다. 그래 그는 잇흔날 (이튿날) 새벽에 허덕거리며 그래도 부모의 집이라고 뛰쳐간 때에는 벌서 병석에 눕지 안이치 못하였다(눕지 아니치 못하였다.=눕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사흘인가 알코(앓고) 좀 나아서 문밧게 나안게(문밖에 나앉게) 된 때 그는 다시 대략 칠 원에 팔려서 엇든(어떤) 양복 닙은 신사를 따라 갓치 팔려 가는 수십 명 먼 동리 갓가운 동리 처녀들과 함께 백리나되는 길을 거러 나와 생전 처음 보는 긔차를 타고 상해까지 와서 또다시 얼마인지는 모르나 지금 갓치 잇는 뚱뚱 할미에게로 팔녀(팔려)와서 이래 삼년을 하로갓치(하루같이) 하로밤에도 서방을 적어도 넷다섯식 만흔(많은) 때는 한 떠슨(다스:'더즌'의 일본식 발음. 12개라는 뜻. 그래서 연필 12자루를 한 '다스'라고 합니다.) 식까지 갈아대게 되엇다.

 

곱든 그의 얼굴이 진흙에 말발꿉 자리 갓해지고 말엇다.

볼그레하든 뺨이 뼈만 남도록 수척한 우에다 갑싼 분을 매일 발라서 퍼러무레하고도 검어트트하게 되고 샛별 갓든 눈이 공포를 비산하는 두려운 동굴터럼 우둔해졌다. 영양부족으로 눈 아레는 퍼-런 멍이 지고 벌서한 잇해 전에 올린 매독은 이곳저곳 뀌기를 시작해서 요새는 코와 입가에도 얼른 보이지는 안으나 근질근질한 보둡지(뾰루지)가 맷게 되엿다.

 

처음에는 영계 서마로(당시 상해는 외국인 거주지역이 따로 있었어요. 영계(영국계), 독계 등으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서마로는 거리 이름이고요.)에서 밤마다 뚱뚱 할미와 함끠(함께) 사마로 아레우를 오르내리면서 허수룩한 인력거꾼들을 끌어들이고 잇섯스나 재작년 영계 공무국(지금의 공안국) 밀매음을 금한 이후로는 지금 잇는 이 법계 대세계(법국은 프랑스의 한자이름. 즉 프랑스게 거주 지역의 번화가) 앞 거리에 와 잇섯다. 그러나 여기서도 마음 놋코 사는 것은 안이엿다.  하비로로부터 영계, 법계가 갈니는 에드워드 로까지 죽 서문에서 북정차장(정차장은 차가 멈추는 곳이죠. 북쪽에 있는 정차장이라는 뜻입니다)으로 다니는 전차길 좌우편이 모두 이 갈보 무리의 횡행디이엿다. 그래 저녁이 어쓸어쓸해지기만 하면 수백의 갈보들이 모두 제각기 제 농당(농당은 상해 세집의 전형이다. 디귿 자 모양으로 집을 총총히 련다라(연달아)짓고 사면팔방 복도 어구에는 석문을 해 달아서 밤에는 닷엇다가(닫았다가) 나제는 열곤 하게 되여 잇다.) 복도 어구에 맛치 개미들이 개미구멍 밧게 나서듯 모둥커여(모여) 서서 지내가고 지내오는 부랑자들과 로동자들을 잡아끌고 추파 보내고 하는 것이 이곳 상업 일이다. 그러나 그것도 순사한테 더욱이 불란서(프랑스) 경부한테 들키면 벌금 푼이나 톡톡이 무는 바람에 갈보 주인들은 사람을 한나 사서 거리 어구에 세워두었다가 그 사람이 순사가 들어온다고 암호를 하면서 길 압흐로 빨니 지나가면 해 쪼이누라 구멍 밧게 나붓헛든 버리들이 몰니여 들어가듯 농당 복도 어둑신한 쪽으로 우루루 쫏겨 들엇다가는 순사가 지나간 뒤에는 또다시 우루루 몰녀나와서 서방을 잡아드리엿다.

 

우뽀는 처음에 얼골이 똑똑해서 하로밤에도 퍽 만흔 손님을 어덧다. 비슬비슬 엿보러 혹은 놀너 나와서 거리로 공연히 오르고 내리고 하든 젊은 사람들도 우뽀가 쫏차 들어가서 소매를 휘여잡고 얼골을 치여다보며 한번 생긋 우스면 그만 그를 거역하지 못하고 줄네줄네 따라 들어들 왓다. 그래 이것으로 엇던 때는 주인의 사랑도 밧고 또 동무 갈보들의 시기와 미움도 더러 삿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전 일이오 요새 갑작이 그의 몸과 얼골이 급전직하뎍으로 쇠퇴해 가는 지금에는 그도 젊은 남자의 가슴을 끌을 만한 자태를 거의 다 일허버리고 말엇다. 그러나 아직 다른 애들처럼 매는 몹시 어더맛지 안엇다. 그러나 이 압흐로 엇지 될지는 아모도 보증할 수가 업섯다.

 

갈보들은 대개 밤 닐곱 시 가량부터 새로 세 시까지가 대활동을 하는 데일(제일) 분주한 사무 시간이엿다.

 

이 여섯시간 동안에 잘되면 사내 서넛식은 늘 들어왓다. 갑슨 사내의 주제를 보아가지고 요구하는 것이다. 인력거 군이나 공쟝 로동자가 오면 대개 한 사십전 보아서 이십전을 주어도 밧고 또 흥정이나 업는 날은 동전 열두어 닙도 밧고 햇다. 그러다가 잇따금(작년부터) 아라사(러시아를 한자로 바꿔 말한 단어) 거라지(거지) 갓흔 것이 오면 한 오십전식 떼내고 햇다. 그러니 매일 밤 수입이 대개 이십전으로부터 육십전 내외이엿다. 이러케 번 돈은 말큼 주인 할미가 가져가고 갈보들은 나제(낮에) 두르고 잇는 누덕이와 밤에 남자의 마음을 끌기 위한 육욕을 발동식히기 알마즌 각색의 비단옷 한 벌과 갑싼 분과 머리기름 그러고는 그 죠화하는(좋아하는) 담배 한 달 먹어야 2원 어치도 안이 될 밥만을 그 주인에게서 바닷다. 

 

우뽀의 삼 년 생활이 이 사무의 반복으로 다 지나갓다.

 

 

 

2.

요새 우뽀의 몸이 상해 드러가는 것과 한가지로 그의 가슴, 그의 마음, 그의 령(영혼)이 또한 상해 들어가는 것이엿다. 육테뎍(육체적) 쇠퇴는 다만 령의 번민의 그림자인지도 모른다.

 

벌서 한두 주일 전부터 우연히 그는 오졍(낮 12시, 정오)이 좀 지나 그가 피곤한 몸을 더려운 침대에서 니르켜가지고 얼골 단장을 시작하려고 하는 때마다 그는 그의 창문 압(그의 방은 가쟝 길거리 방이어서 그 조고만 창틈으로는 밧겻 전차길이 내다보히엿다)흐로 엇든 미남자(美男子, 잘생긴 남자이거나 미국남자 둘다 해석은 가능하지만 여기선 잘생긴 남자의 뜻으로 해석하는게 더 맞는것 같네요.)가 늘 지나가고 하는 것을 그는 보앗다. 처음 볼 제는 그도 심상히 보아두엇지만 얼결에 한두 번 보는 동안 차차 마음이 뒤숭숭해지기를 시작햇다.

 

사랑! 사랑은 인류의 가슴에 영구히(길고 오래. 영원히) 잠겨 잇는 불멸의 씨일다(일것이다). 이 씨가 구박과, 무식과, 차티(착취)와, 무렴티(몰염치, 염치없음)라는 돌멍이 밋헤 눌니여 잇는 동안 자라지도 안코 따라서 당자도 그 씨의 존재를 인식치 못한다. 그러나 이 씨가 엇든 우연한 기회를 맛나 한번 해빗(햇빛)을 엿보는 날에는 이 씨는 맛치 비온 뒤 참대순(대나무 싹)과도 갓치 하로밤 새에 싹이 쑥 소사오르고 하로 새에 꼿이 피고 열매가 맷는 것이며 이 자람을 막을 자는 세상 아모것도 업다. 이 자람의 세력은 세상 모-든 무력을 압도하고 부서 업새고 마는 것이다. 

 

이 죽은 줄 알앗던 사라으이 씨가 지금 우뽀의 가슴 땅 우헤 기운차게 사라난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울넝울넝하는 가슴으로 그가 지내갈 때쯤 해서는 창문 구멍으로 밧겻을 열심으로 내다보다가 그가 힐끗 지나가는 것이 보히면 봄날의 종달새 모양으로 혼자 즐기고 창백한 얼골의 순진한 처녀가 가지는 것과 꼭 갓흔 붓그럼(부끄럼)의 홍조가 떠올낫다. 이것이 그에게는 상상도 못햇든 새 경험이엿다. 그가 일즉 삼년 동안이나 수쳔 수백의 사람의 품에 안기엿섯스나 조곰도 이와 갓흔 다문 그의 얼골이라도 일순간 보는 이런 흥분과 고민을 주지 안엇섯다.(않았었다.)

 

몃칠 후 견댈 수 업서서 그는 달흔(다른) 때보다 일즉 니러나 단장을 잘하고 복도 어구까지 나가 서서 그가 지나가는 것을 보앗다. 아모리 삼 년 동안이나 가지각색 남자들의 소매를 붓들고 추파를 보내본 그도 웬일인지 그러케 그립고 새벽 잘 때에 꿈에까지 보든 그가 압흐로 올 때에는 무엇인지 아지(알지) 못할 힘이 그를 잡아끌어서 그만 낫을 다홍빗으로 붉히면서 뒤로 물너서서 벽 뒤에 숨어서 발딱발딱하는 가슴을 손으로 집흐면서 껑충껑충 빨니 거러가는 그의 뒤모양을 물끄럼히 바라다보앗다. 그 남자는 깨끗한 옷을 닙은 깨끗한 청년이엿다. 왼손에는 책을 들고 지금 느진(늦은) 봄 남들은 모두 맥고(맥고모자 : 밀짚이나 보릿짚으로 만들어 여름에 쓰는 모자.)를 쓰는 때에 아직 겨울 즁절모를 쓰고 잇섯다. 

 

그는 저-편으로 가서 에드워드 로(길) 져짝까지 가서는 가든 거름(걸음)을 멈추고 우두머니 서 잇는 것을 우뽀는 보앗다. 사람들이 만히 왕래하는 거리가 되여서 늘 자세히 보히지는 안이해도(아니해도) 잇따금 힐긋 ㄱ가 보힐 때에 우뽀는 그가 저를 바라다 보는 것 갓치 생각이 되여서 몸을 흠칫하며 어린애 모양으로 방으로 뛰쳐 들어와 침대에 가 어푸려져서 한참이나 씩씩 거리엿다. 그의 보드라운 손이 저를 어루만지고 그 향내 나는 입김이 제 머리가락을 날니는 듯하게 감해서 그는 혼자 극도로 흥분햇다.

 

그 후 며실을 계속해서 그 청년을 본 결과 우뽀는 대락 아레와 갓치 그 청년을 짐작햇다. 

'그는 아마 어느 학교 교사일다.(일것이다) 그래 덤심(점심) 떄마다 집으로 도라가는데 뎐차를 타고 이 길거리 어구까지 와서는 이 교차덤(교차점)에서 내려서 다시 법게 짝에서 뎐차를 타면 한 백여 보밧게(보밖에=걸음밖에)안이 되는 요 거리에 동전 너 푼 주고 그러고는 져편 영계에 가서 또 표를 사야하는 고로 그는 경제하려고(돈을 아끼려고) 이 교차덤에서 저편 영계 어구까지는 거러간다.' 그래 뎐차 하나히 그가 늘 서 잇는 자리 압헤 머무러다가 다시 떠나간 때마다 우뽀는 그 쳥년을 다시 보지 못하곤 햇다. 

 

이 발견이 우뽀에게는 꽤 큰 티명상(치명상)을 주엇다. 그보다도 매일 그를 볼 적마다 그는 자기는 본 체도 안이하고 압흐로 쑥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그는 울지 안이치 못햇다.(울지 않을 수 없었다.=울었다) 그는 그가 쳥년이 지나가는 것을 볼 적에는 저 혼자 흥분해서 엇질 줄을 모르다가도 그 쳥년이 져 편에서 뎐차 속으로 스러진 후에는 늘 저 자신의 모양을 도라다보고는 그만 락망의 졀통(낙망의 절통. 크게 낙심, 실망, 절망 했다는 뜻)으로 방으로 뛰쳐 들어와 울며 자리에 쓰러지지 안을 수 업섯다. 

 

'교육비든 장래가 구만 리 갓흔 깨끗한 청년! 그런데 나는! 아! 더러운 것! 그것이... 그것이 가능한가... 바랄 수나 잇는가...?' 하고 그는 울고 부르지졋다.

 

 

 

3. 

오늘 아츰 주인 할미는 우뽀가 특별히 늣도록 니러나지 안는 것을 발견햇다. 오후 두 시가 되도록 소식이 업슴으로 그는 어청어청 가파라운 층층대를 내려와서 우뽀의 방으로 들어왓다. 우뽀는 실컷 울 대로 울엇다. 머리를 산산히 푸러헤치고, 눈이 뚱뚱 부엇다. 그러고 침대에는 그가 몸을 비비 꼬으며 뭉개든 자리가 남아 잇다. 주인 할미는 놀낫다.(놀랐다)

 

"얘 네가 오늘 밋쳣니? 이게 무슨 노름이냐? 어서 니러나서 세수하고 탐여어라.(참여해라=일해라) 그러고, 어서 머리도 빗고 해야지, 망한 년!"

 

우뽀는 대답할 긔력도 업섯다. 대답을 하면 무엇 하나!

슬컷 두다터우고(두들겨 맞고), 꾀집히우고(꼬집히고), 위협을 당하고, 마그막에는 쟝자갓치로 어더맛고야 우뽀도 더 참을 수가 업서서 세수하고 머리 빗고 분 발낫다.(분 발랏다=파우더 발랐다=화장했다)

 

저녁에 역시 복도 어구에 나가 섯스나 맛치 밋친 녀자 또 혹은 정신 빠진 녀자처럼 멀거니 서 잇섯다. 순사가 온다구 해도 띌 생각도 업섯다. 주인 할미가 억지로 떠밀고 되뚜록 되뚜록 하면서 농당 안까지 와서 쥐여 지르면서 욕설을 퍼부엇다.

 

"무슨 귀신이 붓헛느냐? 얌전하든 애가 왜 오늘 이모양이냐? 너도 네 몸갑(값)을 해야 하지 안니, 개 갓흔 년!"

 

밤 열두 시나 되여 주인 할미는 우당뚱땅하게 생긴 로동자를 하나 끌고 와서 억지로 우뽀에게 맷기엿다. 우뽀는 몸부림을 해가면서 반항햇스나 그 우악한 팔 힘을 당해낼 수가 업섯다. 우뽀가 긔졀을 햇다가 다시 정신을 채린 때에는 그는 엇든 쳔 근이나 되는 무거운 것이 저를 내려누르고 잇는 것을 감햇다(느꼈다.) 그러고는 숨히 턱턱 맥히는 고린내와 시시한 땀내, 콕콕 쏘는 압흠, 뗑한 머리, 헐넉헐넉한 남자의 숨소리, 남자의 입에셔 질질 흘너 뺨 우흘(위를) 젹시는 탁하고 더러운 침. 우뽀는 다시 정신업시 되고 말엇다.

 

우뽀가 다시 정신을 채렷슬 때는 벌서 사면이 고즈낙해진 때이엿다. 그러케 떠들고 도라단니든 행상인들의 길게 웨치는 소리까지가 끈허지고, 그리 분주하든 상해의 거리가 평화스런 꿈속에 잠긴 때이엿다. 우뽀는 어두운 방 안에 니러나 안졋다. 한 초도 닛지 못할 그 청년의 자태가 눈압헤 낫타낫다. 그는 자긔로부터는 넘우 먼 곳에 잇는 갓햇다.

즁간에 건늘 수(건널 수)업는 구렁뎅잉가 잇서서 제가 아모리 손을 내여밀어도 그가 잡힐 것 갓지도 안엇다.

 

더욱이 그는 "더러운 년! 더러운 년!" 하면서 멀니멀니 몸을 피하는 것 갓햇다.

"더러운 년" 하면서 그(우뽀)는 제 팔때기로 제 얼골을 문질너 보앗다.

 

"더러운 년...."

 

그는 견댈 수 업다는 드시 푹 마루 우에 꼭구라졋다(고꾸라졌다.=쓰러지듯 넘어졌다)

 

사랑은 사람을 깨끗케 한다. 삼 년 동안이나 아모런 생각이나 관념도 업시 이러케 하는 것이 사는 것이여니 하고 자기 몸을 수다한 남자들의 자유 욕심에 내여막시든 그가 오늘 밤의 당한 그 욕은 참말로 견댈 수 업시 붓그러운 일이요 욕스러운 일처럼 생각이 되엿다. 그는 입술을 꼭 깨물엇다.

 

"오! 더러운 년 더러운 몸! 더러운 피!... 아웨 씨(그는 그 쳥년을 언제부터인지는 모르나 이러케 일흠(이름)지어 부르는 습관을 어덧다) 이 몸은 정말 더러운 몸이웨다!"

 

사랑은 사람을 깨게 한다. 무식이 사랑 압헤서 스러진다. 우뽀는 잇때껏 자긔 몸, 또는 자긔 생활에 대해서 절실한 생각과 연구를 해본 적이 업섯다. 그러나 오늘 그는 일생 처음으로 제 몸을 생각해 보게 되엿다. 

한창이나는(한참동안) 무엇이 무엇인지를 분간할 수가 업섯스나 차차차차 머리가 깨끗해지고 무엇인지 희미하게나마 깨다라지는 바가 잇는 것 가티 생각이 되엿다.

 

" 웨? 웨? 웨? 누구의 죄인가?..."

그는 마츰내 무엇을 깨다랏다...

 

"그러타!"하고 그는 웨쳣다. "그럿타!"

 

삼 년이나 가티 살든 주인 할미의 뚱뚱한 몸집이 눈에 보이듯 햇다. 

 

"아 저 양 도야지(양, 돼지)가튼 살. 내 피 빠러먹고 진 살(찐 살).... 오! 내 피 내 피!" 하고 그는 바르르 떨엇다.

 

그는 모든 것을 다 깨다랏다. 그것은 운명도 다른 아모것도 안이오 다만 자기 저 자신이옃든 것이다.

 

'웨 내가 이러케 약햇든가!' 하고 그는 혼자 이상하게 생각햇다. 

 

'원수다! 원수다!' 하고 그는 생각햇다.

모-든 것이 맑은 등불과 가티 그의 머리에 인식을 주엇다. 조곰도 의심나는 것이 업섯다. 모-든 것을 안 것 갓햇다.

그는 전신을 부르르 떨엇다.

 

사랑은 사람을 용감하게 한다. 그것이 짝사랑이엿든 희망이든 졀망 업는 사랑이엿든 그것이 관게(관계)잇스랴. 사랑은 사랑 그것대로 위대한 것이엿다.

 

우뽀는 

'그래라 그러면 너도 새사람이 되리라. 그러고 나를 따라 오라' 하고 손짓하는 그 쳥년을 눈으로 보는 것 갓햇다.

 

'아, 삼 년 동안이나 내 살 내 피 빠라먹은 미운 저것!' 그는 다시 그 주인 할미의 뚱뚱한 몸집을 보앗다. 그 퉁퉁한 볼을 물어뜻고 할퀴고 잴기잴기 씹어보고 십헛다. 

 

그는 벌떡 니러섯다. 밋친 드시 부억으로 들어갓다. 어두운 속에서도 번들번들하는 식도(부엌칼) 날을 알아낼 수가 잇섯다.

 

그는 귀를 기우렷다. 열대 삼립보다도 더 고즈낙한 침묵이 왼 집(왼쪽이 아니라 '온' 집안. '모든' 의 뜻입니다) 왼 거리 왼 도시 왼 세게를 둘너싸고 잇섯다. 벌서 새벽 기운이 떠도는 것 갓햇다.

 

찌꿍찌꿍하고 소리가 나는 층층대(계단)를 걱정하면서 우뽀는 번듯번듯하는 것을 바른손(오른손)에 들고 웃칭으로 올나갓다. 

 

 

 

 

4.

외마대(외마디) 소리와 끙끙하는 소리가 들니고 피비린내가 쫙 퍼지더니 우뽀가 황망히 층층대를 굴너떠러지다십히 쿵쿵거리며 내려왓다. 다른 방에서 갈보들이 놀나(놀라) 깨엿는지 '엉엉'하는 소리가 들녓다.

 

장사(힘센 사람)보다도 더 억세인 초자연적 힘으로 우뽀는 쇠대문을 떠밀어 열엇다. 그러고 그는 생전 처음으로 제 맘대로 문 밧그로 내달앗다. 거리는 어둑컴컴하고 좌우의 집들은 모두 식컴언 상판으로 '나는 모른다'하는 드시 나대고 잇섯다.

 

우뽀는 에드와드 로(길,골목) 뎐등(전등)이 잇는 짝(쪽)을 향해 줄다름질 첫다(달음질, 막 달려갔다는 뜻입니다.) 그는 잔돌 깐 길 밧게 나와 '아웨 씨'가 늘 서서 뎐차를 기다리든 곳을 지나 세멘트(시멘트) 깐 반들반들한 길 우흐로(위로) 밋그러질 드시(듯이) 내달앗다... 죠롱(놀림,비난)을 버서난 종달새가 파-란 하늘 우흐로 노래하며 춤추며 울 드시... 영원히 영원히 우뽀는 다름질햇다.

 

 

 

1925년 4월 14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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