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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쉽게읽기2

현진건 <술 권하는 사회> 1921 - 원문 『아이그, 아야.』 홀로 바느질을 하고 있던 아내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가늘고 날카로운 소리로 부르짖었다. 바늘 끝이 왼손 엄지 손가락 손톱 밑을 찔렸음이다. 그 손가락은 가늘게 떨고 하얀 손톱 밑으로 앵두(櫻두)빛 같은 피가 비친다. 그것을 볼 사이도 없이 아내는 얼른 바늘을 빼고 다른 손 엄지 손가락으로 그 상처를 누르고 있다. 그러면서 하던 일가지를 팔꿈치로 고이고이 밀어 내려 놓았다. 이윽고 눌렀던 손을 떼어 보았다. 그 언저리는 인제 다시 피가 아니 나려는 것처럼 혈색(血色)이 없다. 하더니, 그 희던 꺼풀 밑에 다시금 꽃물이 차츰차츰 밀려온다. 보일 듯 말 듯한 그 상처로부터 좁쌀 낟 같은 핏방울이 송송 솟는다. 또 아니 누를 수 없다. 이만하면 그 구멍이 아물었으려니 하고 손을 떼면 또 얼.. 2020. 3. 20.
이효석 <모밀꽃 필 무렵> - 1936 (전문 2단계 풀이본+원문)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라는 구절로 유명한, 이효석 작가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메밀꽃 필 무렵'으로 익숙하지만, 원제(원래 제목)는 '모밀꽃 필 무렵'입니다. 1936년 10월에 쓰여진 작품인데, 같은 해에 쓰여진 작품들이 쟁쟁해요. 이상 작가의 '날개', 그리고 김유정 작가의 '동백꽃'등이 있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읽었고, 익숙하게 느끼는 단편인데, 이 작품 속 공간배경인 강원도 평창군 봉평은 이 작품 때문에 관광객이 꾸준.. 2020.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