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광수3

이광수 <무정> 1918 - 3 (원문) **** 장편소설을 한 호흡에 읽는 것이 힘들 수 있으니 세 번에 나눠서 볼 수 있도록 분량을 나눠놓았습니다. **** 이 책은 현대어 풀이를 해두지 않았어요. 83 "옳지, 이제는 되었소. 이제는 부모의 허락도 있고 당자도 승낙을 하였으니까, 이제는 정식으로 된 모양이외다." 하고 목사가 비로소 만족하여 웃는다. 목사의 생각에 이만하면 신식 혼인이 되었거니 한 것이다. 장로는 이제는 정식으로 약혼을 선언하는 것이 마땅하리라 하여, "그러면 혼약이 성립되었소." 하고 형식을 보며, "변변치 아니한 딸자식이오마는 일생을 부탁하오." 하고 다음에 선형을 보고도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친다. 형식은 꿈같이 기뻤다. 마치 전신의 피가 모두 머리로 모여 오르는 듯하여 눈이 다 안 보이는 것 같았다. 형식은 자기의 .. 2020. 3. 4.
이광수 <무정> 1918 - 2 (원문) **** 장편소설을 한 호흡에 읽는 것이 힘들 수 있으니 세 번에 나눠서 볼 수 있도록 분량을 나눠놓았습니다. **** 이 책은 현대어 풀이를 해두지 않았어요. 41 열한시가 넘어서 영채는 집에 돌아왔다. 형식은 영채의 집 문 밖까지 왔다가 자기 숙소로 돌아갔다. 청량리로서 다방골까지 오는 동안에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었고, 서로 얼굴도 보지 아니하였다. 차마 말을 할 수도 없고, 서로 얼굴도 볼 수가 없었음이라. 두 사람은 기쁜 줄도 슬픈 줄도 모르고, 장차 어떻게 될 것인가도 생각지도 아니하였다. 두 사람은 생각이 많기는 많으면서도 또한 아무 생각이 없음과 같았다. 줄여 말하면 두 사람은 아무 정신도 없이 집에 돌아온 것이라. 영채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제 방에 들어갔다.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소리.. 2020. 3. 4.
이광수 <무정> 1918 - 1 (원문) **** 장편소설을 한 호흡에 읽는 것이 힘들 수 있으니 세 번에 나눠서 볼 수 있도록 분량을 나눠놓았습니다. **** 이 책은 현대어 풀이를 해두지 않았어요. 무정(無情) 이 광 수 1 경성학교 영어 교사 이형식은 오후 두시 사년급 영어 시간을 마치고 내려쪼이는 유월 볕에 땀을 흘리면서 안동 김장로의 집으로 간다. 김장로의 딸 선형(善馨)이가 명년 미국 유학을 가기 위하여 영어를 준비할 차로 이형식을 매일 한 시간씩 가정교사로 고빙하여 오늘 오후 세시부터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음이라. 이형식은 아직 독신이라, 남의 여자와 가까이 교제하여 본 적이 없고 이렇게 순결한 청년이 흔히 그러한 모양으로 젊은 여자를 대하면 자연 수줍은 생각이 나서 얼굴이 확확 달며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남자로 생겨나서 이러함이.. 2020. 3. 4.